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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근교 당일치기 (Piha beach, Matakana Farmers market, Gulf harbor, Giant Frame)

by theheidyworld 2026. 5. 29.

솔직히 고백하자면, 오클랜드에 처음 정착했을 때 저는 주말마다 갈 곳이 없어 그냥 집 근처 카페만 맴돌았습니다. 차로 한 시간이면 이렇게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걸 몰랐던 거죠. 피하비치, 마타카나, 걸프하버. 이 세 곳을 직접 다녀보고 나서야 오클랜드 근교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검은 모래와 파도 소리, 피하비치에서 보낸 하루

피하비치(Piha Beach)는 오클랜드 서쪽 와이타케레 산맥(Waitākere Ranges)을 넘어야 닿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와이타케레 산맥이란 오클랜드 도심 서쪽에 위치한 지역 공원(Regional Park)으로, 울창한 원시림과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가 특징인 보호 구역입니다. 이 산맥을 넘는 길이 좁고 굴곡이 심해 처음 가시는 분들은 꽤 긴장하게 됩니다. 저도 생각보다 험한 길에 긴장했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피하비치는 검은 화산 모래(volcanic black sand)가 펼쳐진 해변입니다. 해변에 갈 때마다 흔히 보던 하얀 백사장과는 달라 처음 보면 낯설게 느껴지는데, 신발을 벗고 그 위를 걷는 순간 잡생각이 사라지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감촉이 일반 모래사장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해변 한가운데 우뚝 솟은 라이언 록(Lion Rock)은 피하를 상징하는 지형지물입니다. 파도가 강하게 치는 날이면 서퍼(surfer)들이 몰려드는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스릴 있습니다. 뉴질랜드 서프라이더 재단(Surfriders Foundation New Zealand)에 따르면 피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유명한 서핑 스팟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합니다.
제가 피하에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Cones on the Beach'라는 피시 앤드 칩스 & 아이스크림 트럭입니다. 

https://maps.app.goo.gl/aSx7dyru9st9urv39

 

Cones On The Beach · 71 Marine Parade North, Piha 0772 뉴질랜드

★★★★☆ · 아이스크림 가게

www.google.com

 

바닷가 특유의 서늘한 바람 속에서 막 튀겨낸 따뜻한 칩스를 손에 쥐고 파도를 바라보는 그 순간, 이게 바로 힐링이구나 싶었습니다. 비치타월 하나만 챙겨 가도 모래사장 위에서 돗자리 대신 쓸 수 있고, 나중에 발을 닦기에도 좋으니 꼭 챙기시길 권합니다.
피하 선셋도 정말 낭만적이지만, 해가 진 후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운전하는 건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저는 야맹증이 있어 운전을 잘하는 친구와 함께 갈 때만 선셋을 보러 갑니다.


이탈리안 피자와 피조아 와인, 마타카나 파머스 마켓의 매력

저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무척 좋아합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물건들이 있고, 막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중에서도 마타카나 파머스 마켓(Matakana Farmers Market)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머스 마켓 중 하나입니다.
마타카나는 오클랜드 북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소규모 농촌 마을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 마켓이 열립니다. 가는 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다녀본 결과, 오전 8시쯤 도착하면 주차도 편하고 인파도 덜합니다.
이 마켓에서 제가 매번 빠짐없이 사 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탈리아인들이 즉석에서 화덕에 구워주는 이탈리안 피자이고, 다른 하나는 피조아(Feijoa) 와인입니다. 피조아란 뉴질랜드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 나는 열대 과일로, 파인애플과 민트가 섞인 듯한 독특한 향이 특징입니다. 피조아 와인은 말 그대로 피조아를 발효해 만든 과실주(fruit wine)인데, Woolworths 같은 대형 마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시음도 가능해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골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마켓 안에는 홈메이드 베이커리, 수제 햄과 치즈, 허브 화분, 수공예품 등 구경거리가 넘쳐납니다. 마켓 구경 후에는 근처 브루어리(brewery)와 와이너리(winery)도 여럿 있어 오후를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The Sawmill Brewery & Smoko Room을 좋아하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IPA(India Pale Ale, 홉의 쓴맛이 강조된 에일 맥주 스타일)가 정말 맛있습니다.

처음 방문하신다면 비어 테이스팅(beer tasting)으로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맛보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https://maps.app.goo.gl/Ac9tUbhLFTriNgcf9 

 

The Sawmill Brewery and Smoko Room · 1004 Leigh Road, Matakana 0985 뉴질랜드

★★★★☆ · 양조장

www.google.com

 


인스타그램 한 장을 위한 트레킹, 걸프하버와 자이언트 프레임

걸프하버(Gulf Harbour)와 자이언트 프레임(Giant Frame)은 한 번만 가도 충분한 코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솔직히 같은 의견입니다. 걸프하버 마리나(marina) 자체는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처음엔 '오!' 하는 감탄이 나오지만, 구경거리가 크게 많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마리나란 요트와 보트를 계류시키는 항만 시설로, 고급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어 유럽의 항구 도시 분위기를 풍깁니다. 30분 정도면 한 바퀴 돌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왜 추천하냐고요? 자이언트 프레임(Giant Frame) 때문입니다. 이 조형물은 그 자체로는 단순한 금속 액자 구조물이지만, 프레임 안에 바다 풍경이 담기도록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으면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제가 직접 찍어보니 별다른 보정 없이도 SNS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의 사진이 나와 꽤 놀랐습니다.
다만 자이언트 프레임까지 가려면 트레킹(trekking) 코스를 걸어야 합니다. 트레킹이란 정해진 자연 탐방로를 걸으며 주변 경관을 즐기는 활동으로, 자이언트 프레임 코스는 왕복 30~40분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난이도에 해당합니다. 걸프하버 일대 트레킹 코스는 초급자도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저는 트레킹으로 자이언트 프레임에서 인증샷을 남긴 후, 걸프하버 마리나 근처 카페에서 맥주 한 잔 하며 마무리하는 루트를 추천드립니다. 하루를 차분하게 정리하기에 딱 맞는 흐름입니다.


피하비치의 강렬한 파도, 마타카나의 따뜻한 마켓 분위기, 그리고 걸프하버의 여유로운 마무리.

세 곳 모두 오클랜드에서 1시간 내외 거리이니, 당일치기 여행을 가고 싶다면 기분에 따라 장소를 골라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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