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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루아 1박 2일 (후카 폭포, 레드우드 숲, 폴리네시안 스파)

by theheidyworld 2026. 6. 11.

가족이 한국에서 날아온다고 하면 어딜 데려갈지 며칠 전부터 고민하게 됩니다. 저도 동생이 뉴질랜드로 놀러 온다는 소식에 한참 고민하다 결국 로토루아 1박 2일로 결정했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차로 약 3시간, 지열지대와 온천, 원시 숲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타우포에서 로토루아까지, 숫자로 보면 더 놀라운 풍경들

로토루아로 내려가는 길에 타우포(Taupo)를 먼저 들렀습니다.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 최대 담수호로 면적이 약 616㎢에 달합니다. 여기서 담수호(淡水湖)란 염분이 거의 없는 민물 호수를 의미하는데, 이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려면 직접 호숫가에 서봐야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돛단배 몇 척이 한가롭게 떠 있는 모습이 바다 풍경과 다를 게 없었고, 날씨까지 맑아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배로 살아났습니다.

타우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후카 폭포(Huka Falls)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폭포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초당 약 22만 리터의 수량이 좁은 협곡을 통과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늘색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로 청명한 물빛이 쏟아지는 광경은 답답했던 마음을 한 번에 뚫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생도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고, 저는 그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폭포 아래에서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이과수 폭포에서 이미 보트를 경험해본 저는 그냥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구간에서 잠깐 들른 곳이 타우포의 비행기 맥도날드, 일명 플라이트 맥도날드(Flight McDonald's Taupo)입니다. 실제 운항에 사용되었던 DC-3 항공기를 매장 내부에 설치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패스트푸드 매장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들어가 보니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비행기 내부 구조 특성상 좌석 간격이 매우 좁고, 방문 당시 아이들로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창문도 열리지 않는 구조라 금방 답답함을 느끼고 나왔습니다. 포토 스팟으로는 훌륭하지만, 식사를 목적으로 오래 머물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게 솔직한 평가입니다.

로토루아에 도착해서는 와이오타푸 지열지대(Wai-O-Tapu Thermal Wonderland)를 둘러봤습니다. 지열지대란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가 지표 가까이까지 올라오는 지형 구조를 뜻하는데, 로토루아 일대가 화산 활동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어 지금도 곳곳에서 증기가 솟아오릅니다. 로토루아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계란 껍질 같은 유황(硫黃) 냄새, 즉 황산 특유의 냄새가 확 났는데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와이오타푸의 샴페인 풀(Champagne Pool)은 바닥에서 계속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지구를 보는 것 같아서 봐도 봐도 신기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저녁에는 레드우드 나이트라이츠(Redwoods Nightlights)를 방문했습니다.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David Trubridge가 설계한 34개의 조형 조명이 5,600헥타르 규모의 레드우드 숲 사이를 밝히는 야간 트리워크 코스입니다. 트리워크(Treewalk)란 지상에서 수 미터 높이의 공중 목교를 걸으며 숲을 체험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최고 높이 약 20m에서 내려다보는 야간 숲의 풍경은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줍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이 숲에서 제주도 사려니숲 산책로의 향수를 느꼈다는 것이 가장 솔직한 감상입니다. 제주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사려니숲인데, 그 공기와 분위기가 비슷하게 겹쳐져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휴일이 낀 주말이었음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자연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로토루아 Day 1 핵심 방문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폴리네시안 스파, 직접 못 가봤지만 말할 수 있는 것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번 여행에서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Spa)에 가지 않았습니다. 스파 시설이 포함된 리조트에 숙박했기 때문에 따로 방문하지 않은 것이지, 이곳이 매력 없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피부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여럿 들었고, 그 때문에 다음에 로토루아를 다시 방문한다면 반드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폴리네시안 스파는 1972년부터 운영되어온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지열 온천 시설로, 로토루아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총 28개의 온천 풀을 운영하며 두 종류의 천연 미네랄 온천수를 활용합니다. 프리스트 스프링(Priest Spring)은 근육 피로 완화에 효과적인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온천수이고, 레이첼 스프링(Rachel Spring)은 피부 관리에 도움을 주는 산성 온천수입니다. 여기서 미네랄 온천수(mineral hot spring)란 칼슘,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 광물질이 용해된 온천수를 의미하며, 성분 구성에 따라 피부나 근육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집니다.

뉴질랜드 관광청(Tourism New Zealand)에 따르면 로토루아는 마오리 문화 체험과 지열 관광이 결합된 북섬 최대 관광 거점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폴리네시안 스파는 이 지역 대표 인프라 시설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출처: Tourism New Zealand).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로 폭이 넓어 일정 조율이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로토루아가 위치한 베이 오브 플렌티(Bay of Plenty) 지역은 지열 활동 지대(geothermal zone)로 분류됩니다. 지열 활동 지대란 지각 내부의 마그마 열원이 지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온천, 간헐천, 증기 분출구 등이 자연 발생하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이 지역 일대의 지열 자원 현황은 뉴질랜드 지질핵과학연구소(GNS Science)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로토루아 지역의 지열 활동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출처: GNS Science).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2일차 아침에 방문하려 했던 정부 정원(Government Gardens)이 마침 공사 중이어서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유럽풍 정원과 로토루아 호수 전망이 어우러진 곳이라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다음에 폴리네시안 스파를 방문할 때 함께 들를 장소 1순위로 이미 점찍어 두었습니다.

로토루아는 단순히 온천 한 번 하고 오는 도시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지열지대의 생생한 에너지, 압도적인 수량의 폭포, 조용한 원시림의 야경이 모두 한 루트 안에서 이어집니다. 겨울철에 방문한다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체감 만족도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오클랜드에 거주 중이거나 뉴질랜드 북섬을 여행 중이라면,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로토루아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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