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회사에 취업하려면 AP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그런데 막상 물류 업무를 하다 보면 AP가 정확히 무엇인지, 실제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냥 서류 작업에 필요한 간단한 자격증 정도겠거니 했습니다. 직접 수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실무 밀착형 교육이었습니다.
AP 코스,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요
뉴질랜드에서 물류 업무를 하다 보면 MPI(Ministry for Primary Industries)라는 기관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MPI란 뉴질랜드 1차 산업부로, 농업·수산업·임업과 함께 국경 바이오시큐리티(Biosecurity) 전반을 관할하는 정부 기관입니다.
뉴질랜드는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외래 병해충이나 오염 물질이 한 번 유입되면 농업과 축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MPI는 수입 화물에 대한 검역 기준을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출처: MPI 공식 사이트).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Transitional Facility(TF)입니다. TF란 해외에서 들어온 화물이 정식 통관 전에 임시로 보관되고 검사받는 MPI 승인 시설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시설에서 컨테이너를 직접 열거나 화물을 관리하려면 반드시 AP(Accredited Person) 자격을 보유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P란 MPI가 인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바이오시큐리티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인된 인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1년 반 동안 뉴질랜드 물류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MPI Hold 화물을 처리하거나 수입 화물 통관 서류를 다루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왜 AP가 필요한지는 어느 정도 감이 있었지만, 막상 교육을 들으니 규정의 배경과 이유까지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업이 좀 널널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핸드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만큼 집중도 있는 교육이었습니다. 수업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고, 중간에 쿠키와 인스턴트 커피가 준비된 15분 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내용이 많아서 수강생들의 동의를 얻어 쉬는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진행해야 했습니다.
교육 내용은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 AP가 수행하는 역할과 책임의 범위
- 컨테이너 개봉 시 진행해야 하는 바이오시큐리티 점검 절차
- 해충, 흙, 오염 목재 포장재 발견 시 MPI에 보고하고 조치하는 방법
특히 컨테이너를 열었을 때 살아있는 곤충이 발견되거나 나무 포장재에 문제가 생겼을 때 AP는 임의로 처리하지 않고 반드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MPI에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BACC(Biosecurity Accreditation for Container Clearance)와 E-DO(Electronic Delivery Order) 관련 내용도 다뤄졌는데, 제가 이미 실무에서 접해온 서류들이라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E-DO란 컨테이너 픽업이나 화물 인도를 위해 전자 방식으로 발행되는 서류를 의미합니다.
시험은 QR 코드를 스캔해 핸드폰으로 치르는 방식이었고, 객관식 40문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영어 독해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난이도였습니다.
비용은 얼마고, 회사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AP 코스의 수강료는 GST 제외 195뉴질랜드달러입니다. 뉴질랜드 물가 기준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저는 회사에서 등록비를 전액 지원해줘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제 회사만의 경우가 아닙니다. 제가 수업을 들을 때 저 포함 총 10명이 수강했는데, 모두 회사 지원으로 수업을 들으러 온 것이었습니다. 물류 회사들이 AP 코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AP만이 TF에서 컨테이너를 합법적으로 오픈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AP 자격을 보유한 직원이 많을수록 업무 공백 없이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 직장 동료가 해당 과정을 수강했을 당시에는 물류 업계 취업을 위해 사비로 수강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취업 전에 AP 자격을 갖추는 것이 취업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실제로 수입 화물을 다루는 포워딩 회사나 창고 운영 업체들은 바이오시큐리티 절차에 익숙한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IVS Training).
AP 자격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나요
저는 컨테이너를 직접 오픈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AP 코스가 저한테 의미가 없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교육을 통해 뉴질랜드가 왜 이렇게 바이오시큐리티 규정에 엄격할 수밖에 없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MPI Hold가 걸리면 단순히 "검역에 걸렸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어떤 이유로 홀드가 발생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해제되는지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고객과 소통하거나 현장과 협의할 때도 확실히 수월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AP 자격을 보유하면 다음과 같은 포지션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물류 운영(Operations) 담당자
- Transitional Facility 운영 직원
- 수입 화물 관리 포워딩 업무
- 창고 관리자(Warehouse Coordinator)
- 수입 관련 고객 서비스(CS)
뉴질랜드 물류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AP 코스는 단순한 자격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시큐리티라는 뉴질랜드 특유의 업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AP 코스를 이미 이수했거나 수강을 고민 중이라면, 가능하다면 물류 업무를 어느 정도 경험한 후에 듣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 경험상 E-DO나 BACC 같은 용어를 미리 알고 있으면 수업 이해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수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 개념을 익히고 가면 훨씬 효율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물류 분야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 번쯤 투자해볼 만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